섬나라라면 대략 예상이 가능하지만. 어쨌든 일년 중 맑은 날이 한국보다 훨씬 적다. 그래서 맑은 날에는 사람들이 공원으로 해변으로 광합성을 하러 나간다.

 

BBC 뉴스에서 재미있는 파트도 weather forecast 부분이다. 맑은 날은 hooray! 하고 외치고.
그러나 기상캐스터는 showers. drizzles를 반복한다. 비가 주륵주륵. 소나기 와. 가랑비가 올것이야.

 

Showers are difficult to pinpoint

(출처: http://www.bbc.com/weather/features/28790896)

 

제발 shiny라고 말하란 말이야!!!!!!!!! 

 

 

그래서 이런 말도 있다. 영국에서는 할 말이 없을 때 날씨를 주제로 얘기하면 금새 친해질 수 있다고. 오늘 날씨 좋죠? 어때요? 라고 낯선 사람들에게 말을 붙이면 이야기가 통한다.

 

 

시도때도 없이 내리는 비 때문에 우산은 금새 망가진다. 특히 겨울에는 비바람도 어찌나 부는지. 홈스테이를 했을 때 저녁에 심심해서 '나 나갔다 올게요.' 한 뒤 우산 쓰고 나갔다가 비바람이 너무 심각해서 10미터도 못 가고 다시 돌아온 적이 있었다.

 

해서 영국의 주 패션?은 후디 패션. hoodies. 비도 자잘하게 오니까 우산 쓰기도 귀찮고. drizzle이 오면 그냥 후드 모자를 푹 뒤집어 쓰면 만사 오케이.

 

그러나 당시에 난 외국에 처음 나간 지라 왠지 후드 입고 껄렁거리는? 10대를 지나치면 쫄았더랬다. 무서웠나 보다. (뭔가 훌리건이 연상되어서.)

 

그렇지만 나중엔 동화되어서 (문화동화가 이렇게 무섭다.) 후디 후디 즐거워하며 입고 다녔다는.

 

 

비오고 난 후에는 이렇게나 아름다운 하늘이다.

 

 

10년 전 영국.

히드로 공항을 통과해서 택시를 타고 가던 때가 생각난다.

 

내가 10개월 동안 머물 곳은 Devon시의 그 어디쯤이다.

영국에서 남쪽으로, 런던에서 차로 3시간 거리이다.

 

실버타운으로 유명한 곳인데, 그 동네가 워낙 작아서 10년 전이라고 말하면 내가 누군지 누군가 알 것 같아;;; 여기서 stop.

 

런던보다 훨씬 조용하고 고요하며.

여유와 느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곳.

백조들이 노니는 강이 있으며, 여유롭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강을 바라볼 수 있는 곳.

한적한 공원에서 산책을 할 수 있는 곳.

 

 

 

 

 

 

도시가 아니라 좀 지루할 수도 있지만, 그냥 멍하니 이렇게 강을 바라보고 있어도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철저히 혼자가 되었던 그 때.

 

다시 돌아가고 싶다.

편지지와 스티커는 뗄 수 없는 공생관계지. 그렇고 말고.

무튼, 내가 좋아하는 비, 개구리, 우산이 있어서 바로 집어서 겟! (지금도 팝니다)

취향 저격이라...  우리 달토끼와 깨구리랑 한 컷.

깨구리 표정이 다른 각도에서 찍으면 표정이 다름(무섭...)

나 스티커 찍는건데 왜 개구리에 관심이... (앉은 모습에 씹덕미)

개구리 왕눈이 매니아였던 나는 학창시절 그렇게 왕눈이를 그렸다고...

(세일러문과 함께 나의 주된 그림고객님들이었다)

비오고 난 후 서랍에 간간히 붙어서 빼꼼히 모습을 내밀던 달팽이들이 생각난다. 엄청 귀여웠는데.

비오는 날은 즐겁다.

집에만 있지 말고. 우산을 들고 거리로 나가자.

(BGM은 빨간우산 by 김건모/ 비오는 거리 by 이승훈)